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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서, 글쓰기/문학/에세이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당신의 마음엔 어떤 음식이 새겨져 있나요? 쉼은 항상 달콤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쉬는 게 지루할 만큼 늘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산책을 나가곤 한다. 주섬주섬 널브러진 옷가지를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선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는 산책로를 터덜터덜 걷다보면 지루함이 살짝 가신다.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지만 집에서 뒹구는 것보다는 산책이 덜 지루하니까. 십여 년간 한 동네에 살다보면 산책하는 길 곳곳에 기억이 묻어 있다. 눈가에 머무는 풍경에서 옛 자취를 읽어내다보면 지루할 새가 없다. 나는 옛 일을 쉽게 잊는 편이다. 잊는다기보다 묻어둔다는 표현이 적확하겠다. 장소나 물건 같은 매개물에서 관련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산책은 길가의 풍경에서 추억을 캐내는 일종의 놀이다. 음식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엄마의 맛을 느.. 더보기
<푸른 섬 나의 삶>, 마냥 동경할 수 없는 제주의 삶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떠나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다. 언젠가 지루한 일상을 벗어던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말리라는 기대 같은 것 말이다. 삶이 고단해질수록 떠나고 싶은 욕망은 커진다. 그래서일까. 요즘 여행을 가야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엄혹한 세상을 견디다보면 아무런 구속이 없는 곳에서 주구장창 책이나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여행을 떠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일탈이라는 해방감은 쉽게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여행을 가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동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그러다보면 여행지에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해방감이 가득한 저곳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 더보기
<오베라는 남자>, 흑백의 삶을 살았던 남자, 색깔을 얻다 흑백의 삶을 살았던 남자, 색깔을 얻다 [리뷰]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죽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무언가 모순적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삶은 죽음을 지향한다. 6시 15분 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마을 주변을 시찰한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신다. 이후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새 나사를 박고 도구들을 정리한다. 그는 명확하게 죽음을 원하고 있지만 행동은 그와 정 반대다. 이 남자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의 주인공이다. 오베라는 이름의 남자는 색깔이 없는 사람이다. 인생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조연으로 삶을 살아가는 남자다.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사진 속 배경처럼, 그저 자신이 부여받았다고 믿는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남자다. 그래서 그는 변화에 저항하고 변화를 .. 더보기
<기억해줘>, 기꺼이 상처받을 것, 그리고 기억해줘 기꺼이 상처받을 것, 그리고 기억해줘[서평] 임경선의 만난 이와 헤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떠난 이는 반드시 돌아온다. 이는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고사성어를 풀이한 것이다. 이 고사성어처럼 영원한 만남이나 영원한 이별은 인간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간관계에서 결국 상처를 받고 만다. 그 상처는 서로 얽히고설키며 공유했던 것을 단칼에 잘라냄에서 오는, 찢어짐과 같은 아픔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상처들을 잊으려 하지만, 그 욱신거림에 신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기에 임경선 소설가의 『기억해줘』는 욱신거림과 신음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실패, 거기서 파생된 상처에 관한 기록.. 더보기
<엄마를 부탁해>, 대한민국 엄마의 재발견과 힐링 , 대한민국 엄마의 재발견과 힐링[베스트셀러 다시 읽기] 2009년 베스트셀러 1위 2000년대 들어 자기계발과 힐링 서적의 성공으로 출판사들은 계속해서 동일한 책들을 쏟아냈다.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자들은 이런 독서시장의 흐름에 따라 베스트셀러 서적들을 소비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를 분석하는 것은 2000년대 독자들의 독서 경향을 살피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2008년 공전의 히트를 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신경숙 작가의 를 자기계발 및 힐링 담론을 매개로 분석할 것이다. 는 엄마라는 역할 이면에 감춰진 박소녀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는 폭로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엄마의 역할 속에 숨어 있는 한 여자의 인생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하지만 는 모.. 더보기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서평]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최근 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다. 마녀사냥은 보통 사람들의 가십거리인 연애 이야기를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의 진행자가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마녀사냥의 인기는 소위 '19금 코드'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기인한다. 공중파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여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을 언급한 이유는 소개할 책이 바로 마녀사냥으로 큰 인기를 얻은 허지웅 작가의 소설 이기 때문이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허 작가는 서문에서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10쪽)"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하는.. 더보기
비밀의 이중성, 김이설 단편 <비밀들> ※ 김이설의 단편 은 제13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돼 있습니다. 비밀의 이중성[단편 분석] 김이설, 김이설의 을 읽고 난 후, '비밀들'이라는 제목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 제목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작가는 없기 때문이다. 왜 비밀들이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보편적으로 비밀은 대부분 밝혀졌을 때 수치스러운 것들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비밀들도 마찬가지다. 불임, 외도, 사업의 실패 등.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비밀들에 대해 서술하는 것은 소설이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한 차원 더 나아간다. 비밀에 관계라는 의미를 부여해 현실을 극도로 세심하게 묘사하는 도구로 삼는다. 소설은 농촌과 도시라는 두 가지 환경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나'는 농촌과 도시라는 .. 더보기
산책은 풍경을 목도하는 것, <보통의 존재> 산책은 풍경을 목도하는 것[독서에세이] “길은 풍경이고 풍경은 우리에게 생각과 느낌을 준다. 길을 걸으며 흐르는 풍경을 목도하는 것이 바로 산책이다. (중략)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오늘 나의 산책은 어떤 풍경들이 장식하고, 나는 그것을 보며 어떤 느낌과 생각들을 갖게 될까.이제 거리로 나간다. 그리고 나 또한 풍경의 일부가 된다.”ㅡ 『보통의 존재』 중에서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무얼 하다보면 갑갑함을 느낀다. 그 공간이 가장 안락하다는 집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답답함을 견디게 하는 항체가 없는지,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에 쉽게 감염된다. 특히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이론서들을 읽고 있을 때면 집중은 쉽게 흐트러진다. 엉덩이의 들썩거림을 결국 참지 .. 더보기
이외수의 모든 것,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외수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트위터 대통령'이다. 사실 이외수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라고는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쓴 작가이고, 트위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라는 것 뿐이다. 따로 이외수 작가가 쓴 소설을 읽어 본 것도 아니고, 이외수 작가가 저술한 책 중에서 읽어본 것은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 『글쓰기의 공중부양』뿐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들리는 소식 외에는 이외수 작가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다. 이외수 작가에게 혼외자식이 있고, 그것을 조선일보에서 악의적으로 보도를 했다는 사실. 화천에서 이외수 작가에게 지원한 감성마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이외수 작가의 기이한 모습들. 이런 것들은 잠시간의 가십거리일 뿐 이외수 작가에 대한 관심.. 더보기
법정스님의 흔적을 더듬다, <날마다 새롭게> 무소유, 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법정(法頂)이다. 그는 무소유의 정신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며 많은 이들이게 감동을 준 인물이다. 2010년 3월 폐암을 이기지 못해 입적한 후 어느덧 3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세상은 법정스님이 존재했다는 사실마저도 무디게할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무소유'란 말이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힐 무렵 다시 그것을 상기할 수 있게 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날마다 새롭게』란 책이다. 『날마다 새롭게』는 일여라는 필명(?)을 가진 한 사진가가 법정스님이 회주로 있던 길상사에 사진공양을 한 것을 엮은 책이다. 책은 법정스님의 모습을 담은 부분과 길상사의 일상을 담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삼각산 남쪽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