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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서, 글쓰기/인문/사회

공범의식의 악순환을 끊어내자, <공범들의 도시>





  보수주의자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진짜’ 보수주의자로 나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의 공저인 『공범들의 도시』가 세상에 나왔다. 『공범들의 도시』는 프로파일러이기도 한 표창원 교수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범죄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바라본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공범들의 도시』는 대한민국이 왜 공범들의 도시가 되었는지를 일련의 실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범죄 자체에 대한 것에서 시작해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 범죄를 예방할 수 없는 사법적 시스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벌인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최근 정치적 이슈까지 다양한 매개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보고 있다.


  표창원 교수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불이익을 걱정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 있다. 이웃에서 일어나는 작은 범죄에서부터 최근 공권력의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거대 범죄까지 모두들 외면해버리고 마는 현실이, 비록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범죄에 침묵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공범의식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가기관, 권력자와 고위 공직자들이 눈앞의 이익과 보신을 위해 거짓을 강요하고 정의를 짓밟는 행태를 지속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그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가 언급했듯이 이런 공범의식은 국민이 정부와 정부가 집행하는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불신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서도 그 원인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정부와 공권력의 불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아주 뿌리가 깊다. 두 번의 쿠데타와 국민을 학살한 사건은 공권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국민이 정부와 공권력을 불신하기 시작하면 공권력이 담당하는 치안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 수단 중에서 가장 손쉬운 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총기를 사면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럴듯한 자위의 수단이 없다. 그렇다면 항상 주변 사람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볼 수밖에. 이렇게 국민의 공권력 불신은 결국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든다.




※ 사진 출처 - 프레시안 협동조합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사회는 공범들의 도시가 되고 만다. 국민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무릅쓰고 남을 도울 이유가 없다. 불이익을 감수할 어떤 기제도 공범들의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도와준 사람만 바보가 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공범들의 도시다. 표창원 교수는 이를 “패배나 불리한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모두가 퍽퍽하고 삭막한 불신과 의심, 경계, 피해의식의 악순환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고 표현한다.


  이런 공범의식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정부의 공권력이 신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지만,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국민 서로의 신뢰회복뿐이다. 신뢰회복이 없다면 어떠한 연대도 불가능하다. 표창원 교수는 대한민국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2008년부터 시작해 어떤 거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타난 촛불을 근거로 한다. 아주 느슨한 연대이기는 하지만 촛불은 정의와 신뢰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맹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의 바람처럼 이제 대한민국이 서로를 불신하고 의심해 공범들의 도시가 되는 것에서 멈추고 정의가 살아있는 신뢰의 도시가 되길 소망한다. 『공범들의 도시』가 이 소망을 이루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