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1년 5월 7일이었다. 6일에 원주로 올라와 만반의 준비를 하고 7일에 강릉을 향해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제천, 영월, 태백, 도계, 동해역에 들렸다가 10시가 다 되어서 강릉에 도착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저녁 10시에 도착한 15시간의 대장정이었다. 강릉에 도착했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었고 잘 곳도 마땅찮았다. 그래서 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 매장이 보여 야식이라도 먹을 겸해서 들어갔다. 그곳에서 찜질방에 들어갈 돈을 아껴 심야영화를 보자고 결정하고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 갔다. 
 강릉 홈플러스에 있는 프리머스에 도착해서 무슨 영화를 볼까 생각하다가 시간을 때우려면 가장 늦게 시작하는 영화를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12시 35분에 시작하고 러닝타임도 2시간이 넘는 'Sunny'란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나는 저렇게 아내를 고생시키지 않으리라'라는 마음을 먹었다. 남편과 딸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정작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이 큰 병에 걸린 친구를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Sunny라는 팀 이름을 가진 일곱 명의 친구들을 찾아가면서 여고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를 말하는 그런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 MBC드라마 '나쁜남자'에서 한가인의 동생으로 나온 심은경이 나와서 더 친숙한 영화였다. 나쁜남자를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괜찮게 생각했던 배우가 나왔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본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중반에 데모를 하는 장면에서 그것을 너무 희화화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찜찜함이 남아있긴 했지만, 당시 시대를 살지 않았던, 아직 24살에 불과한 나에게도 중학교 때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한 영화였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선 과연 나는 저런 친구들을 가지고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아픈 친구를 위해 친구들을 찾아내고, 그 아픈 친구는자신의 아픔을 돌보기도 모자란 시간에 다른 친구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있었다.  '친구'란 단어를 듣거나 입에서 낼 때에 절로 흐뭇할 수 있을까. 그런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혼자 보는 영화의 맛은 꽤 괜찮았다. 그리고 혼자 떠난 여행에서 친구의 소중함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꼈던, 혼자 떠난 여행의 의미가 배가될 수 있도록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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