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대한민국 엄마의 재발견과 힐링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 2009년 베스트셀러 1위 <엄마를 부탁해>


2000년대 들어 자기계발과 힐링 서적의 성공으로 출판사들은 계속해서 동일한 책들을 쏟아냈다.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자들은 이런 독서시장의 흐름에 따라 베스트셀러 서적들을 소비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를 분석하는 것은 2000년대 독자들의 독서 경향을 살피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2008년 공전의 히트를 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자기계발 및 힐링 담론을 매개로 분석할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역할 이면에 감춰진 박소녀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는 폭로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엄마의 역할 속에 숨어 있는 한 여자의 인생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모두가 무의식적으로는 인식하고 있었으나 표현하지 못했던, 한 여자의 인생을 소설로 풀어냄으로서 독자의 인기와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얻었다. 박소녀라는 정체성을 엄마의 실종이라는 충격과, 그 부재 속에서 엄마가 아닌 자식과 남편의 혼돈을 통해서 드러낸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는 박소녀를 닮았다. 스스로의 정체성은 거세되고 어머니로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야할 운명. 그것은 어쩌면 지독히도 끔찍한 불행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엄마의 자식들 역시 한 여자를 엄마로 규정하고, 그녀가 엄마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강제한다. 물론 어머니의 역할을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배된 역할만을 수행한 잘못 외에는 아무런 죄가 없다.


자크 랑시에르는 감각적인 것의 분배를 통해 정치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래 우리는 사회에서 부여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자본가와 노동자, 스승과 제자 등의 역할 말이다. <엄마의 부탁해>에서 박소녀 역시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아 그것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실종으로 인해 이 역할은 소멸되고 박소녀라는 한 여성만 남게 되었다.


랑시에르는 이 감각적인 것의 분배를 통해 정치성을 획득할 수 있다했지만 이 정치성을 바꿔 말하면 어떤 충격 혹은 카타르시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는 자신의 실종을 통해 엄마라는 분배받은 역할에서 박소녀라는 새로운 역할로 스스로를 재분배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엄마를 제외한 타인에게는 간접적인 공감, 즉 엄마의 역할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박소녀란 정체성을 발견함으로써 깨달음을 통한 이해, 연민, 카타르시스 등을 얻었던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였던 이들을 호명한 소설이다. ⓒ SBS 힐링캠프 캡쳐



<엄마를 부탁해>는 대한민국의 엄마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친구의 역할로, 엄마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게는 엄마를 이해할 조언을 전하는 멘토의 역할로 이들의 힐링에 개입한다. <엄마를 부탁해>가 주는 이런 공감적 힐링 능력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단지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소설에 불과한 이야기를 베스트셀러에 이르게 한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2000년대 독자들이 요구한 자기계발 및 힐링 담론의 내용을 엄마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낸 소설이다. 당대의 엄마에게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 외에 다른 가족에게는 엄마 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힐링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독자들이 <엄마를 부탁해>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힘이자 당대 독자들의 독서경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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