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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책을 캐다

[드라마에서 책을 캐다]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책! 김만중의 <구운몽>



[드라마에서 책을 캐다]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책! 김만중의 <구운몽>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김수현과 전지현의 명품 연기는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저조차도 연애를 기대하게 할 만큼 애절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드라마의 애절함보다 더 기다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에 어떤 책이 등장할까 하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책을 캐다'란 코너를 기획한 이후로 생긴 습관입니다.


'드라마에서 책을 캐다' 첫 번째 포스팅에서 소개한 책은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란 책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 5화에 나온 책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 역시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나온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내용은 잘 몰라도 제목은 대부분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구운몽>이란 책입니다.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 분)가 <구운몽>을 읽고 있는 장면 ⓒ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캡쳐 



<구운몽>은 극중에서 천송이가 도민준을 생각하는 매개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본래 천송이는 일반적인 책보다는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19금 만화책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극중에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원룸의 집사>, <욕심쟁이 상사와 한밤의 사무실>, <폭군과의 계약 연애> 등의 만화책을  도민준에게 빌려와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도민준이 왜 이런 만화책을 보느냐고 구박하자 천송이는 이 만화책들이 "내 인생의 책"이라고 말합니다.


천송이가 도민준의 구박에 "그러는 그 쪽은 얼마나 수준 높은 책을 읽으시길래?"라고 반문합니다. 이때 도민준이 내 인생의 책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바로 <구운몽>입니다. 도민준은 <구운몽>을 "조선이 낳은 신개념 판타지 소설"이라면서 "해리포터보다 400년 앞섰지만 그것보다 모자랄게 없는 작품"이라고 설명합니다. 천송이는 <구운몽>이 고리타분하다고 말하면서도 굳이 읽어보는 것은 좋아하는 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용한 장면에서 특이한 것은 지난 번에 포스팅한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처럼 <구운몽>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이라는 사실입니다. <구운몽>은 딱히 저작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음사 판본만 등장하는 것은 아마 지난 번에 추측한 대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들이 모두 PPL이였다는 생각을 굳히게 합니다.  



진짜 <구운몽> 이야기 : 서포 김만중 


<구운몽>은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라는 선비가 한글로 지은 소설입니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구운몽>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나 저보다 웃사람의 경우에는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구운몽>에 대해서만 조금 알 뿐 지은이인 김만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웃, 네이버 지식백과에 들어가서 김만중을 검색해봤습니다. 


본관은 광산, 자는 중숙, 호는 서포, 시호는 문효이다. 증조할아버지가 김장생이며 정치적으로는 전형적인 서인에 속했다. 1671년(현종 12) 암행어사가 되어 경기·삼남의 진정을 조사하였다. 이듬해 겸문학·헌납을 역임하고 동부승지가 되었으나 1674년 인선왕후가 작고하여 자의대비의 복상문제로 서인이 패하자, 관직을 삭탈당하였다.


그후 서인이 정권을 잡자 다시 등용되어 1679년(숙종 5) 예조참의, 1683년(숙종 9) 공조판서, 이어 대사헌이 되었으나 조지겸 등의 탄핵으로 전직되었다. 1685년 홍문관 대제학, 이듬해 지경연사로 있으면서 김수항이 아들 창협의 비위까지 도맡아 처벌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상소했다가 선천에 유배되었으나 1688년 방환되었다. 이듬해 박진규·이윤수 등의 탄핵으로 다시 남해 노도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병사하였다.


《구운몽》은 종전까지는 남해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근래에 발견된 《서포연보》에 따르면 선천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쓴 것으로 전문을 한글로 집필하여 숙종 때 소설문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한편, 한글로 쓴 문학이라야 진정한 국문학이라는 국문학관을 피력하였다. 1698년(숙종 24) 관직이 복구되고 1706년(숙종 32) 효행에 대해 정표가 내려졌다. 저서에 《구운몽》 《사씨남정기》 《서포만필》 《서포집》 《고시선》 등이 있다.



네이버에 나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서포 김만중은 당시 서인으로 막강한 권력을 누린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당시 조선의 선비 사회에서 소설은 한시보다 천대받았음에도 선비 사회의 정점에 있었던 김만중이 소설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왜 김만중은 소설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조선 중기에 이재라는 선비가 쓴 <삼관기>를 보면 “효성이 지극했던 김만중이 모친을 위로하기 위하여 <구운몽>을 지었다”고 써 있다고 합니다. 김만중은 자신이 유배를 떠나면 적적해할 모친을 위해 <구운몽>을 썼다고 전해지는데, 지적 탐욕이 강한 선비들이나 읽을 한시나 다른 성리학 책보다는 서사가 있어 재미있는 소설이 모친의 적적함을 풀어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구운몽>은 한문본과 한글본이 모두 전해진다고 합니다. 한글 작품이 한문 작품보다 앞선 것인지의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한문으로 먼저 작품을 만들어놓고, 모친을 위해 한글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김만중이 주로 사용하는 문자는 한문이기 때문에 익숙한 문자로 먼저 쓰고, 모친을 위해(조선시대에는 여인이 한문을 아는 것이 드물었습니다) 한글로 번역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운몽>의 내용이 그려진 8폭 병품 ⓒ 엔하위키 미러



진짜 <구운몽> 이야기 : 양소유와 8선녀


<구운몽>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내용 역시 우리의 이웃 네이버 지식백과를 참조했습니다.


주인공 성진은 육관대사의 제자였으나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양소유라는 이름으로 인간세상에 유배되어 태어났다. 그는 소년 등과하여 하북의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하였고, 그 공으로 승상이 되어 위국공에 책봉되고 부마가 되었다. 그 동안 그는 8선녀의 후신인 8명의 여자들과 차례로 만나 아내로 삼고 영화롭게 살다가 만년에 인생무상을 느끼고 호승의 설법을 듣고 크게 깨달아 8선녀와 함께 불문에 귀의하였다. 


<구운몽>의 내용은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이야기한 것처럼 "조선이 낳은 신개념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이야기 하는 <구운몽>은 '속세에 미련을 가진 승려의 안일함을 꾸짖는 내용'입니다. 실제 독자가 느끼는 <구운몽>과 교과서의 <구운몽>은 왜이렇게 다른 걸까요?


사실 책의 내용은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책에는 여백과 공백이라는 공간이 남아있는데, 이 공간을 독자가 채워가면서 책이 비로소 완결됩니다. 보통 책을 쓴 작가가 모든 내용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깊이들어가보면 틀린 말입니다. 하나의 책은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수 만큼의 의미를 가집니다.


교과서의 실린 작품을 읽을 때에도 시험을 칠 때는 정답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의 관점으로 다양한 작품을 다양하게 읽어내는 것이 올바른 독서입니다. 오늘 소개한 <구운몽>도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으로 알고만 있기 보다는 스스로의 관점으로 작품을 재해석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진짜 <구운몽> 이야기 : 구운몽 게임화




<구운몽>은 게임화가 충분이 될 만큼 판타지적 요소가 넘칩니다. 그래서 여러 제작자가 게임화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다가 엔하위키 미러라는 곳에서 <구운몽 -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란 게임이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운몽>의 양소유가 여자로 분하고 8선녀가 여덟 명의 미남으로 분하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여기서 이 게임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간단한 소개만 하고, 이 게임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엔하위키 미러 페이지 <구운몽 -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링크해 두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다.


드라마에서 책을 캐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책 정보



 제목 - 구운몽(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4)

 지은이 - 김만중

 옮긴이 - 송성욱

 출판사 - 민음사

 출간일 - 2003년 1월 25일

 원제 - 九雲夢 (1687년)